LW_ 생각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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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장례식' 이야기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친 후 적은 글)

가정 생각
작성자
모랑살
작성일
2022-05-31 18:27
조회
2187
(2022년 5월 26~28일 동안 아버님의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경황이 없다."는 말이 실감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미처 연락드리지 못한 분들이 많이 떠올라서, 죄송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 모든 슬픔과 죄송한 마음을 담아 '꿈과 장례식'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30년 넘게 교회를 거부하며 사셨지만, 하나님을 향한 끊임없이 깊은 고심이 있으셨고,,
마지막에는 주님의 품에 안기셨으리라 여겨지는 소망이 있어서 적어 보았습니다.

http://lw.or.kr/board/?mod=document&uid=896
-- 글자수가 초과되어서 전체 글은 link로 연결해 드립니다.)

1. 꿈 이야기.

2022년 2월 24일, 아버지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버지의 간병을 위해 부모님 댁에 컴퓨터 작업실을 마련했습니다.

2016년 5월 16일은 부모님보다 먼저 떠난 형의 기일입니다.
2022년 5월 16일쯤, 꿈을 꿨습니다.

원래는 낡은 도배지의 어둑한 방인 제 작업실이 밝고 환한 방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 방에서 저는 트럼펫으로 찬송가를 불고 있었습니다.
그때, 희고 빛나는 옷을 입은 형과 아버지께서 들어오셨습니다.

형이 말했습니다.
"화섭아, 아버지 옷 좀 입혀 드려라. 모시고 가야겠다."

아버지의 바지에는 허리띠가 있긴 했지만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제 책상을 두 손으로 붙들고 서 계셨고, 저는 허리띠를 채워 드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허리띠는 더럽고 거칠었고, 길이도 짧아서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아버지께서 살이 찌셨나? 왜 허리띠가 채워지지 않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더럽고 굵은 허리띠를 빼낸 후에 허리에 잘 채워지는 깨끗한 허리띠로 바꿔드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두 분을 보내드렸습니다.

2. 담배 피우는 이야기..

제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담배를 피우셨습니다.
저는 무척 싫었습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기 전까지는
아버지 앞에서도 대 놓고 싫어하는 것을 표시했습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으신 후에는, 담배에 대해서 불평하지 않고
담배 심부름도 했습니다.

"라일락 2개요."
제가 전도사인 줄 모르는 편의점에서 2~3일에 한 번씩 담배를 샀습니다.

하지만,
담배 연기가 가득한 방은 여전히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도 2달 넘게 참았습니다.
임종이 임박한 아버지에게 마지막 배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내려놓음'을 이렇게 적용해도 되나 모르겠습니다.

3. 담배 끊는 이야기

간병하는 기간 내내 담배 때문에 방 문을 닫고 살았습니다.
아버지의 방 문도 닫고 제 방 문도 닫았습니다.
아버지도 저를 배려해서 방 문을 닫아 주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담배 연기는 새어 나왔고,
문을 한번 열 때마다 견딜 수 없는 거부감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5월 16일쯤부터, 제 태도를 바꿨습니다.
아버지께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 담배를 끊어 주세요.
제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담배를 끊으시면 저도 방 문을 열어 놓고
아버지와 편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처음에는 거부하셨습니다.
"못 끊어!"

두 번째는 태도가 달라지셨습니다.
"너무 그러지 마라."

세 번째는 더 달라지셨습니다.
"연구 중이야."

그러고 나서
임종 전 주일, 22일부터 담배를 안 피우셨습니다.
임종 2일 전, 담배 냄새가 나는 것 같았는데,
밖에서 들어오는 연기였습니다.

그래서 23일부터는 방 문을 열고 지낼 수 있었습니다.

4. 스피커 이야기

아버님 댁에 간병을 가게 되면서 바로 떠오른 계획이 있었습니다.
찬양을 틀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찬양을 틀어 놓을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간병이 시작되자마자 아버지께서 먼저 요구하신 것이 있습니다.
"음악을 듣고 싶으니 라디오를 사다 다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라디오도 되면서 저장된 찬양을 틀 수 있는 스피커를 구매했습니다.
아버지의 방에 놔 드렸더니, 라디오의 채널 변경하는 방법도 불편하고
음색이 너무 찢어지는 소리라서 싫다고 하셨습니다.
중저음이 부실한 스피커였습니다.

다시 중저음이 잘 나오는 스피커를 제 작업실에 설치했습니다.

5. 찬양 이야기

간병 중이던 어느 주일 날,
제 방에 들어오셨던 아버지는 온라인 예배의 성가대 찬양을 들으시면서 더 듣고 싶다며 머물러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찬송가를 잘 알고 계십니다.
어느 찬송가이든 한 소절 반주만 들어도 가사 전체를 충분히 알 수 있는 분이십니다.

서울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때, 신학교를 가고 싶어 하셨지만 가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청년부 회장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셨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1학년을 마치고 자퇴하셨습니다.
그래서 학비 무료와 교직 임용이 보장되는 서울교육대학교에 제2회로 입학하셨고, 교사로 7년 동안 재직하셨습니다.

교육대학에 다니면 피아노를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아버지는 교회에서 풍금으로 예배 반주도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클래식과 성가 합창을 특히 좋아하셨습니다.
제가 초, 중학교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다닐 때면
제가 사 모은 테이프로 클래식과 합창곡을 듣곤 했습니다.
특히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요한 슈트라우스 왈츠 등에는 그 시절의 추억이 진하게 베어 있습니다.

6. 마지막 날 찬양 이야기

제 작업실에 스피커를 준비해 놓긴 했지만
아버지의 방에는 항상 TV가 켜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음으로 뒤 섞이는 찬양은 꺼 두고 있었습니다.

거기다 담배 연기도 너무 싫었기 때문에 방 문까지 꽉 닫고 있었지요.
그러다 5월 16일쯤부터 담배를 끊으시라고 강하게 말씀드렸고,
임종 5일 전부터 담배를 안 피우셔서 방 문을 열어 두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견디지 못해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신 것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몸이 견디지 못하면 담배를 피우지 못하시리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임종하시던 날은 항상 켜져 있던 TV가 꺼져 있었습니다.
방 문은 열려 있고, 고요해진 집 안에서
하루 종일 찬양을 틀어놨습니다.

Gaither Vocal Band의 영어 찬송이었습니다.
매우 대단한 실력으로 찬송을 정성껏 부르는 찬양단이기에
저는 2015년부터 완전 깊은 감동에 빠져서 듣는 찬양팀입니다.



아버지에게 익숙한 찬송가 위주로 틀었습니다.
하루 종일 들으셨습니다.
그래도 시끄럽다고 하지 않으시고, 끄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곡이 바뀔 때마다
제가 아버지의 열려 있는 방 문 앞에 가서
어느 정도 크기로 들리나 확인해 보고 듣기 편한 정도로 볼륨을 조정했습니다.



저도 찬양을 크게 틀어 놓고는 다른 작업을 할 수 없게 되니
컴퓨터 작업을 포기하고 찬양을 들으며 기도 드리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7. 초인종 이야기

임종의 날, 이제는 목소리로 부르기 힘들어지신 아버지는
저를 불러야 할 때마다 방 안에 있는 지팡이로 벽을 두드리셨습니다.

그래서 초인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버지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 저를 부를 때 사용하시도록 초인종을 설치해 드릴게요.
지금 가서 사 올게요."

그러자 아버지는 살짝 웃으시면서
"Okey~" 하셨습니다.

내일 받는 걸로 온라인 주문을 하면 더 싸게 살 수 있었지만,
동네 전파사에 가서 사 왔습니다.

설치해 놓고 사용 방법을 설명해 드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는 거절하셨습니다.
"지금 말고, 내일,, tomorrow~"

그래서 초인종을 방 안에 걸어두고 나왔습니다.

초인종을 사러 나갔다 오는 동안에도
집 안에는 찬양 소리가 계속 퍼지고 있었습니다.

8. 임종

저녁 6시에 저는 부모님 댁에서 나왔습니다.
저녁 7시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 같다..."

1시간 사이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급히 온 식구가 모두 모여 숨이 멎으신 채 누워 계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고통 중에 몸부림치며 죽음을 두려워하셨던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119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119는 사망하신 분을 태우지 않기 때문에 심정지를 확인한 후 그냥 돌아갔습니다.
자택에서 임종하신 경우라서
경찰, 형사, 과학 수사대가 와서 타살의 혐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신 확인도 했습니다.
그 후에 검안의가 와서 사망 진단을 내렸습니다.

밤 11시가 넘어서 성남시 장례식장에 안치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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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형 옆에, 추모관, 봉안실 이야기

3일 장례 일정을 마치고 성남시 화장장으로 이동하여
아버지의 시신을 뜨거운 불길 속의 연기로 날려 보내드렸습니다.

봉안함은 바로 옆에 있는 성남시 추모관에 모시기로 결정했습니다.

원래는 추모관의 봉안실과 위치를 선택할 수 없고, 순서대로 봉안됩니다.
하지만, 봉안실을 신청하는 곳에 갔을 때,
봉안실에서 봉안함을 뺀 자리가 있으면
그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임시 안내문을 발견했습니다.

2016년 5월 16일 먼저 가 있던 형의 봉안함과 가까운 곳을 찾고 싶어서
성남시 추모관 '라일락실'에 갔습니다.

라일락실에는 양면으로 500실 정도의 봉안실이 있습니다.
형 쪽 면에 250개 정도의 봉안실 중, 3개가 비어 있었습니다.
형의 바로 오른쪽 옆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형님의 기일인 5월 16일에 왔을 때는 비어 있지 않은 것으로 기억되는데,
5월 28일에는 형의 바로 옆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아버지를 모셨습니다.

형이 아버지를 모시고 간 것처럼 보입니다.
자리 잡는 순서가 거꾸로 돼서 상당히 마음은 아프지만
꿈에서 형이 한 말 그대로,,
형이 아버지를 모시고 간 것처럼 보입니다.

평생 아버지의 담배를 거부하다가
평생 처음으로 아버지의 담배 심부름을 하면서
"라일락 2개"를 달라고 말을 했는데,

아버지와 형의 봉안실도
"라일락 2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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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성경과 성서 핸드북 이야기

장례를 마친 후, 5월 29일.
부모님 댁에 가서 아버지의 방을 살펴봤습니다.

신문과 잡동사니가 많은 책상 위에
비닐 커버가 씌워진 영어 사전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영어 사전은 비닐 커버가 있는 덕에
물 컵을 가지고 들어갈 때마다
먼저 아버지를 앉혀 드리기 위해서 물 컵을 내려놓을 때
컵 받침이 되곤 했습니다.

영어 공부를 얼마나 하셨을까 모르지만,
기본 실력이 있으시니,
Gaither Vocal Band의 찬양을 꽤 알아 들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거기서 발견했습니다.
그 영어 사전 밑에는
'성서 핸드북' 주석 책이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이미 낡은 '성서 핸드북'은 아버지께서 보시던 책입니다.
이제 다시 보니 1972년, 제가 태어나던 해에 출간된 책이네요.
그리고 제가 청년 시절에 많이 살펴봤던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죽 커버의 오픈 성경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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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버지와 성경 토론 이야기

저의 청년 시절, 집에서 식사를 할 때면,
아버지는 제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성경 지식으로 저와 성경 토론을 하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신앙 가치관은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흔들렸고,
교회에 가서 그런 문제들을 물어보곤 했지만
그 누구도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저도 1998년 교회를 떠났습니다.
저는 2003년 다시 교회로 돌아왔고,
있는 그대로의 성경 전체를 읽으면서 열심히 파고들었습니다.

그렇게 성경을 읽으면서 성경 말씀에 비추어 보니
아버지의 신앙 가치관은 상처받고 왜곡되어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진리의 허리 띠(엡6:14)'가 제대로 채워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꿈에서 처럼,,, 마지막 날 찬양 속에서라도,, 성경 말씀 전체를 통한 진리의 허리띠가 온전히 채워져서,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발견하고, 그 사랑 안에 안겨서, 주님 품에 머물고 계시기를 소망합니다.

 

12. 아버지의 메모지 이야기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보니,
수많은 메모지와 스프링 노트에 적은 상념들이 발견됐습니다.

저와 식구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어쩌면,,,
한순간도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하나님을 향한 마음과 열정으로 깊이 고심하며 지내셨던 것 같습니다.

메모지 몇 장을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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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원.
구원은 무엇인가.
'창조하시고 - 용서하시고
심판하시다.'를 믿으면 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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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
- 평민에겐 진실
- 현자에겐 거짓
- 통치자에겐 유용한 수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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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함이 없으시다고.
여호와. 선한 목자.
푸른 풀밭, 시냇가, 완벽.

처진 한 마리도 버리지 않으신다는,
끝까지 구해 내신다는,

양과 양 아닌 놈들을 심판하며
양들만 거느리고 영원---

이상한 목자
양 아니라도 보듬으심, 소, 말, 돼지...
모두를
누가, 왜 만드셨는감.

그나마
많은 자칭 양들 줄 길게 서며 -

목자는 양의 주인일 따름
그래도 그러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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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06 15 土
여호와.
곧 하늘이라.
상제 곧 여호와라. "

술과 담배만 아니었다면,,,
아버지와 저의 추억은 무척 신나고
분명 상당히 아름다웠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이 아쉽습니다.

형과 할아버지를 술과 담배로 보내드려야 했기에,
저는 우리 가족 모두를 술과 담배에서 건지고 싶었습니다...

13. 주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저와 제 아내, 특히 제 아내는 기도드렸습니다.
"주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버님을 데려가지 말아 주세요.'

어쩌면,, 아마,,,
하루 종일 찬송을 들으시면서
주님과의 추억을 돼 살리고,
주님을 영접했기에,,,,,,,,,,,
주님 품에 안기셨기에,,
주님께서 육체의 고통을 끝내시고
아버지를 데려가신 것은 아닐까....
소망하며 추측해 봅니다.

우리가 듣는 말로 고백을 들었어야 제일 확실하게 확인이 됐겠지만,,,,
그러지 못했지만,,,,
소망을 품을 수 있기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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